PLI 칼럼

[PLI 칼럼] 정치의 본질(1) – 배리 골드워터와 로널드 레이건

엘정책연구원에서 기독교적이고, 자유민주적, 그리고 공화주의적이며, 올바른 보수 우파의 가치와 원칙을 가진 차세대 정치 리더, 시민운동가, 학생운동가, 기자, 공무원 등을 양성하기 위한 PLI(Political Leadership Institute)를 시작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PLI가 설립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본격적인 PLI의 시작에 앞서, 일련의 연재 칼럼을 통해 한국 사회에 PLI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필자주)

배리 골드워터와 로널드 레이건

정치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수의 지지 또는 50.1%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2등이 사실상 무의미한 승자 독식인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반드시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며, 그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실용적인 미국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이제 사족 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유교적 사회의 뿌리를 가진 한국인들은 여전히 정치의 명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니 사실 미국에서도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정치적 명분론에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있다. 정치적 명분, 정치적 이념과 철학, 가치와 원칙은 너무나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래서 PLI에서도 그 부분을 가르치지만,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 명분을 실현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일단은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치적 승리의 방법을 배우는 것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1. 배리 골드워터와 로널드 레이건

많은 한국인들이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을 무너뜨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해서는 알지만, 배리 골드워터라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 정권 탄생의 뿌리가 바로 골드워터였다. 골드워터는  1964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는데, 이 때 골드워터를 지지했던 보수주의자들은 이후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당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세력들이 된다. 그런데 골드워터는 1964년 대선에서 상대 후보인 린든 존슨에게 미 정치상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그 참패를 당했던 골드워터의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레이건 정권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물론 골드워터 이후부터 레이건 당선 전까지 공화당 대선후보들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보수 우파의 가치와 원칙을 정확하게 가진 이들이 아니었다. 참패의 수모를 겪기는 했지만 골드워터 사단이 원했던 것은 공화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보수 우파의 원칙과 가치를 가진 대선후보가 당선되는 것이었다. 미국은 뉴딜 정책을 비롯해 두 차례의 큰 세계 대전, 그리고 이어진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 등 사실상 전시 체제가 계속 이어지면서 ‘큰 정부’가 대세가 되었고, 민주당 뿐만 아니라 공화당도 대체적으로 이념과 원칙, 가치의 측면에서 좌파적인 성향을 띠고 있었다. 이로 인해 보수 우파의 원칙과 가치들이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거의 힘을 잃은 상태였다. 골드워터는 바로 그 보수 우파의 원칙과 가치를 선명하게 제시한 후보였고, 적지 않은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아 공화당 대선후보까지 됐다. 하지만 전 국민들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그가 외치는 것이 매력적이고 호소력 있는 아젠다, 메시지가 되지 못한 것이다.

2. 같은 원칙과 가치, 그러나 다른 결과

약 16년 후 레이건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섰을 때, 그가 표방했던 원칙과 가치는 골드워터의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골드워터와 달리 레이건은 지미 카터를 상대로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재선에도 무난히 성공했는데, 무려 50개 주 중에서 49개 주를 승리하는 전례 없는 대위업을 이루었다. 골드워터는 참패했지만 레이건은 압승했다. 같은 원칙과 가치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골드워터의 아이들이 린든 존슨에게 참패한 이후 절치부심하며 자신들의 패배 이유를 분석하고, 정치에서 승리하는 법을 연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칙과 가치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승리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 원칙과 가치가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정치적으로 승리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PLI는 보수 우파의 원칙과 가치와 함께, 승리하는 법까지 가르친다. 그래서 한국 정치를 보수 우파의 원칙과 가치로 재건하는 것은 물론 레이건이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을 무너뜨린 것처럼, 공산주의 정권 북한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대위업을 이루는 것을 가장 중요하고 일차적인 사명과 목표로 하고 있다.

3. 골드워터의 원칙과 가치

배리 골드워터는 ‘Mr. Conservative’로 불린 보수적 공화주의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중도를 포용하기 위해 이념적 색체를 지우려고 하기 보다 보수 우파의 원칙과 가치를 강력하게 강조했다. 그로 인해 ‘무이념’, ‘무가치’, ‘무원칙’ 정당이 되어 었던 공화당이 ▲제한 정부(작은 정부) ▲자유 기업 ▲강한 국방 ▲ 전통적 가치 존중 등으로 대변되는 강한 이념, 가치, 원칙의 정당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그가 했던 대표적인 말들은 다음과 같다.

“자유의 수호에서 극단주의는 죄악이 아니다 (Extremism in the defense of liberty is no vice.) 오히려 정의의 추구에서 온건(중도)는 미덕이 아니다 (Moderation in the pursuit of justice is no virtue)”

“사회보장제도는 저소득층의 도덕적 방종만 야기한다”

“소형 핵무기를 일반 폭격무기로 삼아야 한다”

“소련의 핵 공격으로 미국이 사라질 수 있다”, “트렘린에 핵무기를 투하해야 한다”

“베트남전쟁에서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먼저, 골드워터가 정치인으로 맹활약하던 당시는 세계가 동서로 나뉘어진,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져 이념의 우위를 증명하기 위해 경쟁했던, 치열한 이념 전쟁, 체제 전쟁을 했던 소위 ‘냉전 시대’였다. 그는 강력한 반공주의자로, 소련에 맞서기 위한 강한 국방을 위해 군비증강을 요구했다. 당시는 특히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인류 공멸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드리워진 시절이었는데, 골드워터는 핵무기 실험금지 조약의 비준에도 반대했다. 심지어 필요하다면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전쟁을 확대하고 소련과 베트남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결국 적대적 언론의 보도에 의해 ‘총잡이 카우보이’, ‘Mr. 핵무기’로 묘사됐고, 골드워터가 대통령이 되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그는 국내적으로는 뉴딜정책 이후 큰 정부가 대세가 되어 있던 상황에서 자유기업, 감세정책, 작은 정부, 노조개혁을 강조했다. 또 종교·사회적으로는 자신이 기독교인이었기에 도덕성을 강조했고, 개인의 자유, 국가·교회·가족 공동체, 애국심과 같은 ‘전통적 미국 가치’를 중요시했다.

특히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었지만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취업이나 교육, 법률상으로 인종과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국가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권법(civil rights act)에 반대했다. 연방정부의 민권법 집행이 주 정부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백인과 흑인 어린이들을 같은 학교에서 가르치기 위해 가까운 동네 학교를 놔두고 버스를 태워 매일 먼 곳으로 통학시켜야 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골드워터를 ‘인종차별주의자’, ‘극우’로 불렀다. 심지어 골드워터는 ‘미치광이’로 공격을 당했다. ‘골드워터 규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정신과 의사들이 직접 대면하지 않은 공인에 대해 진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964년 대통령 후보 배리 골드워터를 정신의학자들이 직접 검진하지 않고 정신병자라고 진단을 내리고 공개적으로 단언했다가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려 결국 패배했던 일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후 ‘골드워터 규칙’은 미국정신의학협회(APA) 윤리강령에 포함됐는데, 골드워터에 대한 공격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신과 감정 요구가 빗발친 바 있다. 좌파의 공격은 과거나 현재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상대 후보였던 린든 존슨은 ‘데이지 걸’이라고 명명된 TV 광고로 골드워터에 대해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이 광고에서 한 소녀가 들판에서 데이지 꽃잎을 뜯으면서 숫자를 세고 있는데, 사실은 그것이 카운트다운이었고 0이 되자 갑자기 순간 고막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화면이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위험은 이런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 모두가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암흑 속으로 빠질 것인가?”는 린든 존슨의 음성이 이어져 나온다.

린든 존슨 진영은 공산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외친 골드워터에 대해 그저 전쟁광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해 공격했다. 전쟁으로 인해 죽은 이들보다 공산주의에 의해 숙청당한 사망자들이 압도적으로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어쨌든 정치 광고 역사상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이 광고는, 이 광고가 겨냥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인지 전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사람들은 소련과 베트남 등에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자는 골드워터를 겨냥한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1964년 9월 7일 밤 미국 CBS방송에 딱 한 차례 나간 광고였지만, 유권자들에게 엄청난 공포와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골드워터의 이미지에는 치명타가 됐다.

참고로, 핵무기 폭발의 상징과도 같은 ‘버섯구름’ TV 광고는 이후 힐러리 지지자들에 의해 다시 등장했는데, 이 광고에서 트럼프가 과거 유세에서 ‘나는 전쟁을 잘 하고, 좋아한다’고 말한 장면 뒤에 핵폭발 장면을 넣은 다음, ‘핵무기를 포함해서’라고 말하는 트럼프의 음성이 나오도록 꾸며졌다. 이 역시 좌파의 전략은 시대의 변화에도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전략이 큰 효과가 없었고 트럼프가 승리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 골드워터의 기록적인 참패 후 이념과 가치, 원칙을 내세우는 보수 우파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절대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많은 골드워터의 아이들이 절망했고 그렇게 정치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몇명의 젊은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워싱턴D.C.로 짐을 싸들고 올라왔다. 그들은 무너져 가는 미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보수 우파의 원칙과 가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16년 만에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게 이른다. 레이건이 외친 것은 골드워터와 비슷했다. 그러나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이 골드워터와 레이건의 차이를 만들었다. 우리는 바로 그것을 배워야 한다. (계속)

– 노승현 PLI 사무국장 –

https://youtu.be/fbIfVEboAzg

2019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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